지난날 찾아뵙고 말씀드린 것은 여러 해 동안 격조한 나머지에 나온 터라, 마음에 위로가 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돌아온 후에 평안히 잘 가셨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여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얼마 전 여기를 들린 인편으로 인하여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 해가 다하는데 날씨가 이상하니 엎드려 생각건대 이 계절에 부모님을 섬기는 형제의 일은 또한 모두 평안하십니까? 모든 권속도 다 안녕하십니까? 위로와 그리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종제(從弟)는 모든 일들을 그럭저럭 보내고 있으며, 부모님께서 평안하시니 이 밖에 그 무엇을 다행으로 여기겠습니까?
의논한 일은 여기에서는 마땅히 말씀하신 바를 따라 별도로 도모할 것이나, 그쪽 집 안에 있어서는 실로 할 일은 큰데 힘이 미약하다는 탄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과연 어떤 절묘한 의론이 있었습니까?
이런저런 일을 더 이상 말할 게 없고 노상에서 전송한 지 이미 아득한데 자주 서로가 기별을 통하지 못하니 더욱 답답한 마음 간절할 뿐입니다. 새해 후에는 인편이 있을 것 같으니 오직 기별이 있기만을 바랍니다.
새 달력 한 통을 부쳐드립니다.
나머지는 오직 부모님을 모시는 몸,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만복이 가득하시기를 바라며, 잠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올립니다.
새해 뒤에는 믿을 만한 인편이 있을 듯합니다. 담뱃대를 만들 때 쓰는 흰 대나무 좋은 것 몇 개를 부쳐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서는 귀한 물건입니다.
경술 섣달 18일, 종제(從弟) 헌진(獻鎭) 두 번 절하고 올림
송파(松坡) 시체좌하(侍棣座下) 회납(回納)
저교(楮橋) 상사서(上謝書)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