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조아리고 말씀드립니다.
재작년 전례에 따라 답장하였고 위장(慰狀)을 받은 후에 다시 소식이 적막하여 안부를 들을 길이 없었는데, 지난날 새로 진사에 급제한 사람이 찾아와서 대충이나마 요사이 생활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몽태(夢太)의 인편에 보내주신 위장을 받으니, 마치 찾아뵌 것과 같아 감사와 위로의 마음 참으로 깊었습니다. 더욱이 조섭하는 몸은 계절 따라 모두 건강함을 알 수 있었으니 더욱 다행이고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병환에다가 초상의 슬픔을 거듭 당한 터라, 우러러 노년의 감회에 더욱 부모님을 사랑 하는 마음이 독실하니 어떻게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저의 슬픈 마음 그지없습니다.
상중에 있는 족종(族從) 아우 등은 모질게 참고 살아가면서 어느덧 소상을 지났고, 또다시 새해가 장차 절반이 지나 대상이 곧 연내에 있으니 하늘을 우러러 땅에 머리 숙인 채, 통곡하고 통곡하는 마음 그지없으나, 오직 어머님께서 그런대로 계신 것만으로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동(芹洞)에 거처한 집은 초상과 장례시 짊어진 채무 때문에 지난가을 세를 내어 팔았고, 현재 거처한 팔각정은 현임(現任) 곡성 원님의 집입니다. 불시에 쫓겨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지 못할 일에 대비하여 주선할 길이 없으니 걱정과 어려움을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보내주신 2백 전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으나, 그곳의 형편 또한 여력이 있어 남을 돕기 어려운 처지인데 이처럼 멀리까지 보내주시니, 굽어 생각하신 마음 그지없는 데에서 나온 것임을 우러러 알고 있습니다.
인편이 서둘러 돌아가느라, 정신이 없어 차례대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삼가 상중에 글을 올립니다.
계해 4월 19일, 상중의 족종제(族從弟) 순호(淳浩) 면호(沔浩) 글을 올림
송파(松坡) 조안(調案) 하집사(下執事) 회납(回納)
각정(角亭) 죄족종제(罪族從弟) 소상(疏上) 계상(稽顙)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