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어느덧 저물어가니 사모하고 우러러 바라보는 마음 곱절이나 간절하온데, 인편에 보내주신 서신을 받고서, 삼가 섣달 추위에 고요한 동정의 몸 줄곧 강령하시다고 하니 위로의 마음 그지없습니다.
혼미한 날에 한 해가 다한 터라, 진정 좋은 일이 없다고 말할 만합니다.
말씀하신 바는 생각하신 바와 같으나, 올해는 그처럼 처리할 수 있는 날이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날짜를 뒤로 물리시는 것이 곧 그 집안에서 원하는 바이며, 생각건대 반드시 구애받은 바 없을 것입니다.
일가인 종질은 부모님의 병환에 또 감기까지 더하여 바야흐로 위중하니 애타고 애타는 마음에 울음만 나올 뿐입니다. 그러나 어찌 이를 모두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서울에 있던 아우가 돌아올 시기가 멀지 않았는데, 부모님의 병환은 이와 같은 데다가 그 또한 감기로 여러 날을 신음하니 걱정이 되고 걱정이 됩니다.
나머지는 객들로 정신이 없어 격식을 갖추지 않고 굽어살펴주시기를 생각하면서 답장을 올립니다.
을묘 섣달 23일, 족종질(族從侄) 기원(紀遠) 두 손 모아 절하고 올림
송파(松坡) 하집사(下執事) 회납(回納)
지례(知禮) 족종질(族從侄) 상사서(上謝書) 생사(省事)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