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동안 답답한 회포는 굳이 말할 것 없으나 어느덧 한 해가 바뀌었습니다. 이즈음에 한 차례 찾아가려고 생각하였으나 여전히 서글플 뿐입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맞이하여 복을 많이 받으셨습니까? 위로와 그리는 마음을 함께할 뿐입니다.
족기(族記)는 겨우 예전 모습 그대로이니 그 나머지는 어찌 말씀드릴 게 있겠습니까?
족보의 일은 경향 각지에서 보내온 명단 초록은 거의 수정 단계에 이르렀으나, 다만 재력이 태반이나 부족합니다. 각파에 배정한 금액으로 반드시 이 일을 끝낼 계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파에서 받아들인 돈을 바로 보내어 때맞춰 보태 쓸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십시오. 만약 혹시라도 기간을 어긴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드시 이 점을 두렵게 생각하여 주심이 어떠하겠습니까?
귀 문중의 서자(庶子) 함파(涵派) 자손은 옛 족보에 없었던 것인데, 이번 족보에 처음으로 나열하여 기록하니, 이렇게 하는 일이 몹시 의아스럽습니다. 반드시 자세한 해답을 주심이 어떠하겠습니까?
나머지는 바쁜 일로서 서신의 격식을 갖추지 못합니다.
을유 정월 초2일, 족기(族記) 지원(之遠), 홍원(鴻遠), 민하(敏夏).
인사말을 생략하고 말씀드립니다.
며칠 전, 존귀하신 여러분께서 방문하시어 마음에 위안이 되고 감사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 않게 또다시 사람을 보내어 물어주시니 더욱 깊이 감사할 일이나, 천만뜻밖에 대원(大院)의 상을 당하여 깜짝 놀라는 마음 가눌 수 없습니다. 생각하여 보면 서로의 사랑이 더욱 융숭하였는데 애통한 나머지, 여러분의 상중에 모두 평안하십니까? 위로와 그리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민하(敏夏)는 여름 무더위로 힘들고 괴로워서 기운을 차릴 수 없으니 고민 고민입니다.
보내주신 물건은 잘 받았습니다. 아주아주 감사합니다. 상복 중에도 어떻게 이처럼 생각하십니까? 몹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나머지는 인편이 바쁘다고 하여 서둘러 쓰기에 위장(慰狀)의 격식을 갖추지 못합니다.
병오 윤달 초8일, 민하(敏夏) 글을 올림
덕포(德浦) 첨안(僉案) 입납(入納) 회진사포댁(會津沙浦宅) 서찰
회진종중서간(會津宗中書簡) 생식(省式)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