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석(大錫)은 하나같이 텅텅 비고 아무런 명성이 없는 사람인데, 존형께서 성대한 덕을 낮추시어 몸소 두 차례나 찾아와 주시고 사신으로 물어주시니 스스로 미천한 저를 돌이켜 보건대 어떻게 이러한 후의를 존형에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한 나머지 부끄럽고 황송한 마음이 뒤이을 뿐입니다.
서신을 보낸 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매서운 추위에 고요한 생활 속에 도를 닦으시는 몸은 더욱 평안하시며, 귀중한 권속 또한 두루 복되신지? 멀지 않은 데에서 우러러 지극히 비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대석은 백발로 외진 산중에서 하릴없이 세월을 보낼 뿐이니 이 밖에 더는 무엇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나머지는 격식을 갖추지 않고 삼가 답장을 올립니다.
늦가을에 찾아주시어, 사모하고 첨앙한 나머지 자리를 빛내주시니 운곡사의 큰 경사이며, 그 돌봐주신 후의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당시 사우의 모든 일이 엉성하여 실례를 범한 바 많았고, 빠진 부분이 아주 많아 예모(禮貌)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신을 받은 이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매서운 추위에 고요한 생활 속에 경전을 보시는 몸은 더욱 백척간두(百尺竿頭)에 한 걸음을 더하여 사림(士林)의 바람에 부응해주시렵니까? 우러러 지극히 비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저는 그저 겨우 예전처럼 노쇠한 모양새 그대로이며, 모든 일가 또한 매우 놀랄만한 일이 없으니 이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존귀하신 조비(祖妣)의 관향을 잘못 기재한 부분은 "흥양 종중에서 애당초 이런 일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말을 전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니 다시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나머지는 남겨두고 이어 말씀드릴 것이기에, 격식을 갖추지 않고 삼가 답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