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양군(興陽郡) 읍내면(邑內面) 호산(虎山)
류대아 내흠씨(柳大雅 來欽氏) 전(殿)
나주군(羅州郡) 죽포(竹浦) 장춘동(藏春亭) 근배함(謹拜緘)
계축 음력 2월 17일
본래 한 선조의 후손으로 태어나 멀리 두 경계에 떨어져 삶으로써 소식이 아득하였는데, 지난가을 족숙 익서(益緖)씨의 인편에 대략이나마 안부를 전해 듣게 되었고, 소곡산장(蔬谷山莊)의 일로써 인편을 통하여 서찰을 보냈습니다. 혹시 살펴보지 못하였습니까? 이즈음에 또다시 족제 도홍(道洪)의 인편으로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소유한 땅의 경계를 측량한다고 하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 남의 묘소 가까이 매장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오늘날 더욱이 남의 땅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것을 사리에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본래 한 집안의 가까운 형제로서 아우가 부유하고 형이 빈한하면 부유한 아우가 그 빈한한 형을 보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하물며 부의 세력을 이용하여 빈한한 사람의 땅을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까? 이는 일의 조짐을 알고 사리에 밝은 사람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잘못한 자에게 화를 내리는 것은 하늘의 도리가 있는 바이며, 강한 자를 억제하고 약한 이를 도와주는 것은 사람의 도리로 함께하는 바인데, 어찌하여 제 욕심을 억제하여 천리를 보존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청야(靑野), 막사(幕沙) 양파는 본래 빈한한 일가로서 세력이 약하여 굴욕을 당한 것인바, 어찌 마음속에 한이 되는 일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사정으로 보면 잘못은 저쪽에 있는 것이지 이쪽에 있지 않습니다. 잘못하고서 복을 받겠습니까? 정직한 일로서 복을 받겠습니까?
4백 년 동안 지켜왔던 선산을 하루아침에 경계를 나눈다면 그 후손이 된 자, 그 많은 수효의 사람들이 어떻게 가만히 앉아 버려둘 수 있겠습니까? 하는 일이 바르지 못하면 결단코 반드시 서로 따지고 따져서 잘잘못을 결정지은 뒤에야 멈추게 될 것입니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하십시오. 한 선조의 골육 간에 서로 다투는 폐단에 이르는 일이 없기를 천만번 간절히 우러러 바랍니다.
나머지는 매우 정신이 없음으로써 격식을 갖추지 않고 올립니다.
계축 2월 17일, 족종(族從) 하석(河錫)
정하(珵夏)
화익(華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