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편지를 보내주시어, 존귀한 몸으로 부지런히 일하신 덕분에 비석의 일이 거의 끝남으로써 어느 하루 없이 힘들고 지친 걱정의 나날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성의가 깊어 신의 도움이 있음은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러러 기쁜 마음 실로 여느 때보다 곱절이 됩니다.
저[得求]는 신년에 함께하는 것이라곤 병과 함께하여 전후 40일 동안, 떨쳐낼 기약이 없는 터라, 답답한 마음에 글 읽는 것마저 내던져두고, 가까운 날에는 거문고 켜는 것을 배우면서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으나, 솜씨는 생소하고 음절은 맞지 않습니다.
옛사람이 바닷가에서 거문고를 익혔다는 고사가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 귀댁의 고을은 지척 간에 파도가 하늘에 닿는다고 하니 조만간 삼척(三尺) 거문고를 안고 찾아가리니 혹시라도 저를 받아주시어 거문고를 사양(師襄)처럼 켤 수 있도록 마련해 주시겠습니까?
나머지 모든 것은 필설로 다할 수 없으니 이러한 점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술 3월 15일, 아우 신득구(申得求) 절하고 올림
보내주신 서찰을 펼쳐놓고 거문고를 켜니 거문고 소리가 더욱 해맑음을 느낍니다. 며칠 사이 병세는 다소 줄었습니다. 가을 대면할 당시 우리 종가에 종사하겠다는 뜻은 굶주릴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는 반가움에 그칠 정도가 아닙니다.
그때 생각대로 도가 있는 집안에 제 몸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거문고를 켜 나가는 일로 미뤄보면 아마 새롭게 미묘한 비결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의 본분은 아쉬운 일이나, 그러나 이번 생에 어느 곳에서 다시 유익한 벗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조석으로 외로이 지내고 우리 고을은 적막한지 오래라, 선각자가 있지 않으면 누구를 찾아 일어나겠습니까?
바라건대 스스로 몸을 귀중히 여겨 조심하시어 먼 곳에서 우러러 바라는 제 마음에 부합하도록 하십시오. 편지를 쓰기 어려워 이만 줄이오니 이런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무술 3월 15일, 아우 신득구(申得求) 절하고 올림
호산(虎山) 경좌(經座) 회납(回納)
죽곡(竹谷) 근사장(謹謝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