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후로 간혹 인편이 있었으나 한 차례 서신을 올리지 못한 자가 안부 서신을 쓰자니 서글픈 마음이 어찌 그칠 리 있겠습니까?
이즈음에 가을 기운이 벌써 바싹 다가왔는데 귀하신 몸은 줄곧 평안하시며, 모든 권속이 두루 평안하시기를 멀리서나마 엎드려 그리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전전하여 듣자니 여름 사이에 중국을 가신다고 하니 무더운 여름날 머나먼 길을 어떻게 오가시렵니까? 비록 국경을 넘는, 힘든 일이나 우러러 위로의 마음 간절합니다. 이는 모두 성상의 은질(恩秩)이며, 진정 한 시대의 여론에도 부합하니 매우 드문 경사라 축하할 일이나, 지극한 정분(情分), 영감(榮感)의 정의(情誼)에 있어서는 생각할수록 더욱 간절한 슬픔은 옛사람의 슬픔인 것입니다.
못난 사돈은 노모께서 숙환(宿患)으로 여러 달 동안 앓고 계시니 걱정 속에 나머지 또 다른 걱정 때문에 조금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이는 나의 액운에 관계된 바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보름 사이에 또다시 중종형(仲從兄)의 초상을 당하였습니다. 더욱이 또한 객지에서 변을 당한 터라, 슬픈 마음을 모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올해의 일들이 이처럼 정신이 없으니 탄식한들 어찌하겠습니까?
간절히 안부나 여쭙고자 이제야 겨우 힘을 내어 사람을 보내지만, 영윤(令允) 형들에게 각기 안부를 묻질 못하니 이러한 마음을 전해주시렵니까? 때마침 심란한 마음으로 잠시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삼가 안부의 편지를 올립니다. 천만번 오직 계절 따라 건강하게 계시기를 바랍니다.
임진 9월 초하루, 사돈 안시환(安時煥)(형환(馨煥)으로 이름을 바꿈) 절하고 올림
근배(謹拜) 상후장(上候狀) 생식(省式)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