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 아룁니다.
몇 달 사이에 몸은 어떠하신지? 대소가의 모든 식구가 각기 강령하기를 멀리서나마 엎드려 사모하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불초자는 집안엔 다른 걱정거리는 없으나 요통(腰痛)은 지금까지 말끔히 사라지지 않으니 걱정되는 마음을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가뭄이 이와 같으니 멀리서 걱정하는 마음을 모두 말씀드릴 수 없으나, 모내기가 시급한데 농사는 혹시 때맞춰 모내기는 하셨습니까? 한낱 염려될 뿐입니다. 우리 집 농사는 어제 겨우 모내기를 끝마친 논은 6두락이나 논바닥이 쫙쫙 벌어져 염려되니 탄식한들 어찌하겠습니까?
형수는 대상(大祥)이 멀지 않으니 이 또한 차마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불쌍한 부분은 애당초 한 점 혈육이 없어 술 한 잔 올린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말하자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나머지 모든 일은 격식을 갖추지 않고 이만 줄이며, 엎드려 굽어살펴주시기를 바라면서 올립니다.
신정(新亭) 문출(文出) 아이 또한 다른 걱정거리는 없으나 일과(日課)를 다 하고서 그저 빈둥빈둥 노는 것으로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 또한 운명이니 탄식한들 어찌하겠습니까? 20일 사이에 아버님을 찾아가 뵐 계획입니다.
무자 5월 초7일, 불초자 지호(志浩) 올립니다.
호산(虎山) 매곡댁(梅谷宅) 전납(傳納)
용전(龍田) 상서
무자 5월 초7일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