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기도록 찾아뵙지 못하여 항상 그리고 답답한 마음 간절했었는데, 뜻밖에 보내주신 서신을 받고서야 초여름 조용한 가운데 기거하는 몸 한결같이 평안하심을 알아 얼마나 위로가 되는 줄 모르겠습니다.
먼 일가 저는 지난겨울 큰 병을 앓았는데 오늘까지 거의 반년이 되도록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니 이는 노년에 흔히 겪는 일이라, 어찌하겠습니까?
말씀하신 일은 종씨께서 말씀하지 않을지라도 이 또한 제가 힘써야 할 일이지만, 단 우리 집안의 두 분 선조는 아무리 이런 책에 기재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두 분의 사적은 모든 사람이 익히 보고 들은 바로서 백세에 전해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가오는 날에 찾아가 그 서식(書式: 書例)이 타당한가 않는가를 살펴보고서 도모할 것입니다. 언제쯤이나 서울 길을 떠나려 하십니까?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나머지는 병환으로 답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합니다.
무자 5월 13일, 먼 일가 영도(榮道) 절하고 올림
호산(虎山) 소정동(小貞洞) 먼 일가 답장[謝狀]
류생원(柳生員) 정안(靜案) 회납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