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당신에게 있어 액운의 나날이었습니다. 선조를 위하는 정성으로 몸소 사적으로 묘를 파내었기에 법규에 따라 처벌받는 일이야 참으로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심지어 사주했다는 명목을 조작하여 다른 고을로 보내버린 일은 명운(命運)에 관계되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가련한 일을 탄식하고 탄식할 뿐입니다. 뜻밖에 아드님이 찾아와 대략이나마 귀양지[居停]에서의 생활을 듣자니 듣는 이가 대신 괴롭고 힘든데, 더욱이 노년에 이런 유배를 당하니 얼마나 염려가 되는지? 이제 살펴보건대 사면령을 받을 기약이 없으니 사환(賜環)주 1)은 언제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말미를 받는 일은 근간에 조정의 명령이 아주 준엄하다는 말을 들었고, 더욱이 진잠 원님에게 줄을 댈 길이 없으니 실로 걱정입니다. 연산 태수는 이웃 고을이기에 반드시 평소 친분이 있을 터라, 서신으로 부탁하여 그에게 일을 도모할지라도 그 특별한 베풂 또한 기필할 수 없습니다.
먼 일가 저는 요사이 영외(嶺外)의 길에 수토병으로 본래 앓은 병까지 더하여 돌아와 자리에 누워 신음하고 있으니 괴롭고 걱정이며, 아들 또한 뜻밖에 바로 벼슬을 그만두고 지난달 돌아와 예전처럼 생활뿐이니 이를 어찌해야 할는지? 나머지는 병환 중에 글쓰기 어려움으로 잠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줄입니다.
정해 2월 초6일, 먼 일가 서(瑞) 머리를 조아리고 올림
진잠(鎭岑) 비소(匪所: 귀양지) 입납(入納)
냉천(冷泉) 먼 일가 후서(候書)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