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서신을 받고서 마음에 위로가 되어 곧바로 답서를 쓰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저런 일 때문에 생각대로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바야흐로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이 간절하였는데, 곧 또다시 서찰을 받고서 장마 더위에 객지에서의 생활이 줄곧 모두 평안하다고 하니 우러러 위로되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이곳 원님과는 갖가지 일로 만나면서 생각한 대로 말미를 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관찰사의 행차가 바야흐로 도내에 있는 터라, 이럴 때 유배객에게 말미를 허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에 관련된 듯하니 조금 기다렸다가 시행하겠다고 말합니다. 관찰사가 관아로 돌아간 뒤에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간에 금주(禁酒)로 유배당한 사람이 석방의 은총을 받았으니 곧바로 동네 추제(秋制) 자리에 마주하여 의논한다면, 명색(名色)이 각기 다름으로써 내 마음대로 편의를 봐줄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 일이 참으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탄식할 일이나 어찌하겠습니까?
먼 일가인 저는 부모를 모시면서 그럭저럭 보내고 있으나, 근간에 딸의 혼사로 걱정이 되어 정신이 없으니 참으로 괴롭고 괴롭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남겨두고 다시 안부를 물으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이만 답장을 줄입니다.
병술 6월 7일, 먼 일가 영오(榮五) 절하고 답장 올림
진잠(鎭岑) 정동(貞洞) 종말(宗末) 사서(謝書)
류생원(柳生員) 적소(謫所) 회납(回納) 생식(省式) 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