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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오언배율(五言排律)
친구에게 주다
매화와 국화는 진짜 도연명주 73)이요 梅菊眞元氣
거문고와 책은 가짜 두보주 74)라네 琴書僞拾遺
삼대 이래의 인물 초대하여 相邀三代下
함께 오호주 75)의 물가에 앉았네 共坐五湖湄
검법을 말하던 백원주 76) 죽어 說劍白猿死
병법을 논하던 황석주 77)이 슬퍼하네 談兵黃石悲
누가 은둔한 이내 신세 가련히 여길까 誰憐身在遯
기구한 운수를 만나 절로 애석하구나 自惜數逢奇
변화의 눈물주 78) 어찌 뿌리리 卞淚何堪洒
제나라 피리주 79) 불지 않으리 齊竽不肯吹
푸른 산에 병든 학이 살고 靑山棲病鶴
푸른 풀에 풍리주 80)가 누워 있네 綠草臥風驪
일천 척 소나무 우뚝한데 落落松千尺
계수나무 한 가지 쓸쓸하네 蕭蕭桂一枝
성스럽고 밝은 시대 유유자적하며 優游聖明代
태평가를 부르고 읊네 歌咏太平辭
어찌 바람 앞 사초주 81)이겠는가 豈是風前麝
골짜기 속 지초 향 희미하네 依俙谷裡芝
초가집에 밤 깊은데 茅齋夜深處
이끼 낀 언덕에 달빛 잠겼네 苔塢月沈時
양춘곡주 82)을 연주하려다 欲奏陽春曲
도리어 맹호연주 83)의 가사를 읊었네 還題孟浩詞
길이 먼 곳으로 떠난주 84) 자가 아니라면 能非長往者
어찌 고요히 생각하지 않으리 寧不靜言思
- 주석 73)도연명
- 원문의 '원기(元氣)' 아래에 "아마도 '亮' 자의 오류인 듯하다.〔恐亮字之誤〕"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문맥에 맞게 '氣'를 '亮'으로 바꿔 번역하였다. 원량(元亮)은 도연명(陶淵明)의 자이다.
- 주석 74)두보
- 원문의 '습유(杜拾遺)'는 당 현종(唐玄宗) 때 우습유(右拾遺)를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 주석 75)오호
- 옛날 월나라 지역의 호수이다.
- 주석 76)백원
- 춘추 시대 월인(越人) 처녀가 월왕(越王)에게 검술을 가르치려고 길을 가던 도중에 '흰 원숭이〔白猿〕'가 변신한 원공(袁公)이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요청을 받고는 검술 시합을 하였는데, 원공이 그녀를 상대하다가 나무 위로 날아올라 다시 흰 원숭이로 몸을 바꿔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吳越春秋 卷9 句踐陰謀外傳》. 여기에서 유래하여 후대에 검술의 명인을 백원공(白猿公) 혹은 백원옹(白猿翁)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 주석 77)황석
- 진(秦)나라 말기의 은사(隱士)로 황석공(黃石公)을 말한다. 장량(張良)에게 치국(治國)의 대도(大道)와 병법(兵法)을 전수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소서(素書)》라 하며, 《삼략(三略)》 또한 그가 전한 책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다만 두 책의 내용이 서로 비슷한바, 태공의 《삼략(三略)》을 황석공이 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주석 78)변화의 눈물
- 재능을 지니고도 세상에 쓰이지 못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춘추 시대 초(楚)나라 화씨(和氏) 즉 변화(卞和)가 형산(荊山)에서 직경이 한 자나 되는 박옥을 얻어 여왕(厲王)과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보고 돌이라 하여 두 발이 잘리고 말았다. 그 후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형산 아래서 박옥을 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 피눈물이 흘렀다. 문왕이 이 사실을 듣고 사람을 보내 "천하에 발이 잘린 사람이 많은데 그대만이 유독 이렇게 우는 것은 어째서인가?"라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발이 잘린 것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보배로운 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미치광이라 하니, 이 때문에 제가 슬피 우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왕이 옥공(玉工)을 시켜 박옥을 다듬게 하니, 직경이 한 자나 되고 티 한 점 없는 큰 옥이 나왔다 한다. 《韓非子 和氏》
- 주석 79)제나라 피리
- 자격도 없는 사람이 허명(虛名)만 지니고서 자리에 끼어 있는 것을 말한다. 제 선왕(齊宣王)이 피리 연주를 좋아하여 항상 300인을 모아 합주(合奏)하게 하자, 남곽 처사(南郭處士)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슬쩍 끼어들어 국록을 타 먹곤 하였는데, 선왕이 죽고 민왕(湣王)이 즉위한 뒤에 한 사람씩 연주하게 하자 본색이 드러날까 겁낸 나머지 도망쳤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韓非子 內儲說上》
- 주석 80)풍리
- 풍리는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黃河)에서 《주역》 팔괘(八卦)의 근원이 된 하도(河圖)를 지고 나왔다는 용마(龍馬)이다.
- 주석 81)사초
- 사향초(麝香草)의 준말로 자술향(紫述香)의 별칭인데, 현인 군자의 아름다운 덕을 비유한다.
- 주석 82)양춘곡
-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文)〉이란 글에 보이는 〈양춘백설가(陽春白雪歌)〉로, 지음(知音)의 노래를 뜻한다. 어떤 사람이 영중(郢中)에서 처음에 〈하리파인(下里巴人)〉이란 노래를 부르자 그 소리를 알아듣고 화답하는 사람이 수천 명이었고, 다음으로 〈양아해로(陽阿薤露)〉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백 명으로 줄었고, 다음으로 〈양춘백설가〉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십 명으로 줄었던바 곡조가 더욱 높을수록 그에 화답하는 사람이 더욱 적었다 한다. 《文選 卷45》
- 주석 83)맹호연
- 당나라의 시인으로, 양양(襄陽) 사람이기 때문에 맹양양(孟襄陽)이라고도 불린다. 고향 부근의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다 마흔에 진사과(進士科)에 응시했으나 실패한 뒤 평생 처사(處士)로 지냈다. 전원(田園)의 산수 경치와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심정을 묘사한 작품이 많다. 《新唐書 卷203 孟浩然列傳》
- 주석 84)길이 먼 곳으로 떠난
- 원문의 '장왕(長往)'은 멀리 가서 영원토록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은사(隱士)들의 은거를 의미한다. 공치규(孔稚珪)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장왕했던 유인을 탄식한다.[或歎幽人長往]" 하였다.
贈友人
梅菊眞元氣, 琴書僞拾遺.
相邀三代下, 共坐五湖湄.
說劍白猿死, 談兵黃石悲.
誰憐身在遯, 自惜數逢奇.
卞淚何堪洒, 齊竽不肯吹.
靑山棲病鶴, 綠草臥風驪.
落落松千尺, 蕭蕭桂一枝.
優游聖明代, 歌咏太平辭.
豈是風前麝, 依俙谷裡芝.
茅齋夜深處, 苔塢月沈時.
欲奏陽春曲, 還題孟浩詞.
能非長往者, 寧不靜言思.